고소·고발을 당해 경찰에서 "조사받으러 나오라"는 연락을 받으면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황해 아무 준비 없이 나가 즉흥적으로 진술하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① 먼저 어떤 죄명으로 자신이 피의자인지 신분을 확인하고, ② 일정을 조율해 사실관계와 자료를 정리한 뒤 출석하며, ③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억하고, ④ 조서에 서명하기 전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면 됩니다. 이 글에서는 출석요구를 받은 피의자가 알아야 할 권리와 대응 순서를 단계별로 정리합니다.

이 글은 '고소하는' 쪽이 아니라 '고소당한' 쪽의 관점입니다. 고소를 하는 절차가 궁금하다면 고소 절차 글을 참고하세요.

출석요구 연락을 받으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까?

전화나 문자로 출석요구를 받으면,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전에 다음을 먼저 확인합니다.

  1. 내 신분 — 피의자인지, 참고인(목격자·참고 진술)인지. 신분에 따라 방어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2. 죄명 — 어떤 혐의로 조사받는지. 죄명을 알아야 무엇을 준비할지 정해집니다.
  3. 담당 수사관·관서·조사 일시 — 연락처와 사건번호를 확인해 둡니다.
  4. 출석 방식 — 방문 조사인지, 서면·화상 등 다른 방식이 가능한지.

전화로 상세한 사건 내용을 즉석에서 진술하지 마세요. "확인 후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하고, 사실관계를 정리한 뒤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수사기관은 정식 출석요구 시 죄명 등을 알려주는 것이 원칙입니다.

조사에 꼭 나가야 할까? 안 나가면 어떻게 될까?

출석요구는 원칙적으로 임의수사입니다. 즉 강제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협조를 요청하는 성격입니다. 다만 이것을 "안 나가도 그만"이라는 뜻으로 오해하면 곤란합니다.

  • 일정이 맞지 않으면 무단으로 불응하지 말고, 사유를 밝혀 기일을 조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 정당한 사유 없이 계속 출석에 불응하면, 수사기관은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등 강제수사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제1항). 실제로 법원은 피의자가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수차례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한 사례에서 그 절차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부산지방법원 2018. 4. 6. 선고 2018노591 판결).

[참고 판례] 피의자가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수차례 불응하면 체포영장이 발부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제1항). 실제로 법원은 경찰이 피의자의 주소지를 방문하여 출석을 요구하였으나 불응하고, 이후 출석요구서를 발송하였음에도 역시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한 사안에서 그 절차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부산지방법원 2018. 4. 6. 선고 2018노591 판결). 다만, 자진출석한 피의자를 체포하는 것은 체포의 필요성이 없어 위법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2026. 4. 2. 선고 2022도2402 판결), 출석 자체를 회피하기보다는 일정을 조율하여 자진출석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즉 출석 자체를 회피 수단으로 삼기보다는, 준비를 갖춰 정해진 절차 안에서 대응하는 것이 결국 유리합니다. 우리 법은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로 추정하므로(무죄추정의 원칙,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 조사에 응한다고 해서 죄를 인정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조사받을 때의 권리 —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

피의자에게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방어권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두 가지입니다.

  • 진술거부권(묵비권) —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입니다. 조사 시작 전 수사관은 이 권리를 알려주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 만약 수사기관이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채 작성된 진술조서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진술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증거능력이 부인됩니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도8213 판결). 진술을 거부했다는 사실 자체를 유죄의 근거로 삼을 수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 제2호). 대법원도 피의자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를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진술거부권 행사를 이유로 불이익을 과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도16001 판결).

[참고 판례]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채 작성된 진술조서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진술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증거능력이 부인됩니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도8213 판결). 이 원칙은 진술조서뿐 아니라 진술서, 자술서 등 형식을 불문하고 수사기관에서의 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모든 서류에 적용됩니다. 실제로 법원은 진술거부권 미고지로 작성된 진술조서를 증거에서 배제한 사례가 다수 있습니다(대전지방법원 2023. 1. 18. 선고 2021노1318 판결).

  •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 조사에 변호인이 참여하도록 요청할 수 있고, 조사 중 변호인과 상담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1항). 수사기관은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할 염려가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 등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의 참여를 거절할 수 없으며(대법원 2008. 9. 12. 선고 2008모793 결정), 변호인이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조사실에서 퇴거시키는 것도 허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20. 3. 17. 선고 2015모2357 결정).

기억이 분명하지 않은 부분을 추측이나 짐작으로 진술하지 마세요. "그랬던 것 같다"는 진술이 조서에 남으면 나중에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모르거나 기억나지 않으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한 진술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권리와 절차를 안내하는 것으로, 특정 사건에서 "이렇게 진술하라"는 식의 개별 지시가 아닙니다. 구체적 사안의 진술 전략은 반드시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진술은 어떻게 해야 할까? 조서에 서명하기 전 확인할 것

조사가 끝나면 수사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를 확인하고 서명·날인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이 조서는 이후 사건의 핵심 증거가 되므로, 서명 전 확인이 매우 중요합니다.

  • 내가 말한 취지와 다르게 적힌 부분은 없는지 한 문장씩 확인합니다.
  • 뉘앙스가 달라진 부분, 안 한 말이 들어간 부분은 수정·삭제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 수사관은 조서를 반드시 피의자에게 열람하게 하거나 읽어 들려주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이는 수사기관의 의무이므로, 수사관이 이를 생략하려 한다면 적극적으로 요구하시기 바랍니다.
  • 수정 요청이 반영되지 않으면 그 부분에 이의가 있다는 취지를 남길 수 있습니다.

서명·날인 전 내용을 반드시 확인하세요. 수정·삭제를 요청하여 내 진술이 정확히 반영된 것을 확인한 뒤 서명·날인하는 것이 원칙입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제3항). 수정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의가 있다는 취지를 조서에 남기고 서명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피의자의 서명·날인 및 간인이 없는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없으므로(대법원 1999. 4. 13. 선고 99도237 판결), 서명을 거부하더라도 그 자체로 피의자에게 불이익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조서 내용 중 일부만 다툴 경우에는 수정·삭제를 요청하거나 이의 취지를 조서에 남기고 서명하는 방법이 더 적극적인 방어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 판례] 수사기관이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한 후 피의자에게 열람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경우, 해당 조서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4. 1. 23. 선고 2023노6669 판결). 이 판결에서 법원은 조서 열람 시작·종료 시각 기재 누락 등을 근거로 열람 기회가 부여되지 않았다고 보아 증거능력을 부정하였으며, 피의자가 법정에서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참고 판례] 피의자신문조서에 진술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한 피의자의 자필 기재 또는 기명날인·서명이 없는 경우, 그 조서는 증거능력이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2항,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도3359 판결 참조). 또한 조서 말미에 피의자의 서명만 있고 날인(무인 포함)이나 간인이 없는 경우에도 증거능력이 없으며, 피의자가 날인을 거부하였다는 취지가 조서에 기재되어 있거나 법정에서 임의성을 인정하였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대법원 1999. 4. 13. 선고 99도237 판결). 따라서 조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한 뒤 서명·날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사 후 사건은 어떻게 진행될까? (송치·불송치·검찰)

경찰 조사가 끝난다고 사건이 바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2021년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2021. 1. 1.)으로 경찰은 수사 결과에 따라 독자적으로 송치 또는 불송치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45조의5). 불송치 결정에 대해 고소인 등은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245조의7), 이의신청이 있으면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여야 합니다. 송치된 경우 검사는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직접 수사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197조의2). 즉 경찰 단계의 진술이 이후 검찰·법원 단계까지 계속 영향을 미치므로, 첫 조사부터 신중하게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허위 사실로 고소를 당한 것이 분명하다면, 무고죄로 대응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바로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 죄명이 무겁거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거론되는 경우
  • 사실관계·법리가 복잡해 어디까지 인정하고 어디를 다퉈야 할지 판단이 어려운 경우
  • 조사 과정에서 강압적 분위기를 느끼거나 진술이 왜곡될 우려가 있는 경우
  • 여러 명이 얽힌 사건이거나 공범 관계가 문제되는 경우
  • 억울하게 허위 고소를 당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첫 조사의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석 전에 상담을 받아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핵심 요약

  1. 출석요구를 받으면 신분(피의자/참고인)·죄명·일시를 먼저 확인하고, 전화로 즉석 진술하지 않습니다.
  2. 일정이 어려우면 무단 불응 대신 사유를 밝혀 조정합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계속 불응하면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제1항).
  3. 진술거부권(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과 변호인 조력권(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1항)이 있으며, 진술 거부 자체를 유죄의 근거로 삼을 수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 제2호,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도16001 판결).
  4. 기억이 불확실한 부분을 추측으로 진술하지 말고, 조서 서명 전 내용을 꼼꼼히 확인합니다.
  5. 경찰 단계의 진술은 송치·검찰·법원까지 영향을 미치므로, 무겁거나 복잡한 사건은 조기에 변호사와 상담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최신 법령·판례를 바탕으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