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피우거나 집을 나가는 등 혼인이 깨진 원인을 스스로 제공한 사람이 먼저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법원은 이런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이른바 유책주의). 다만 이 원칙에는 예외가 있어, 상대방의 진짜 속마음과 파탄에 이른 경위·기간에 따라 예외적으로 이혼이 인정되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유책배우자가 누구인지, 왜 원칙적으로 이혼청구가 막히는지, 어떤 경우에 예외가 인정되는지, 그리고 재판상 이혼 사유는 무엇인지를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유책배우자란 누구를 말할까?

유책배우자란 혼인관계가 깨진 데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를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경우가 문제 됩니다.

  •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부정행위(외도)를 한 경우
  • 정당한 이유 없이 집을 나가 가족을 돌보지 않은(악의의 유기) 경우
  • 배우자나 그 가족에게 폭언·폭력 등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이혼하자고 먼저 말했느냐"가 아니라 "혼인 파탄의 원인을 주로 누가 만들었느냐"입니다. 부부 사이 갈등은 대개 양쪽 모두에게 어느 정도 책임이 있으므로, 실무에서는 어느 한쪽의 책임이 더 크고 본질적인지(주된 책임)를 따지게 됩니다. 양쪽의 책임이 엇비슷하다면 어느 한쪽만 유책배우자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원칙적으로 유책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유책주의)

우리 대법원은 오랫동안 유책주의 입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즉,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이유로 스스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입니다(대법원 1983. 3. 22. 선고 82므57 판결 등).

이 원칙의 취지는 이렇습니다. 만약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자유롭게 허용하면, 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오히려 그것을 무기로 삼아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내쫓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혼을 원하지 않는 상대방(무책배우자)이 축출당하는 이른바 '축출이혼'을 막고, 혼인제도가 요구하는 신의성실과 도덕성을 지키려는 것입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부정행위를 하고 집을 나간 채 이혼만을 고집하면서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경우, 법원은 "부부관계가 악화된 원인은 C이 피고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부부간 신뢰를 깨뜨리는 원인을 제공하고도 집을 나간 채 이혼만을 고집할 뿐 혼인관계의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데 있다"고 보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광주지방법원 2017. 3. 30. 선고 2016가단526075 판결).

반대로, 파탄에 책임이 없거나 책임이 더 가벼운 배우자는 상대방의 잘못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즉 바람을 피운 배우자에게 당한 쪽이 이혼을 청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가능하고, 오히려 바람을 피운 쪽이 먼저 이혼을 청구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막히는 구조입니다.

그래도 예외적으로 이혼이 인정되는 경우는? (판례가 보는 사정)

유책주의가 원칙이지만, 대법원은 일정한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예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봅니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정이 고려됩니다.

  1. 상대방도 사실은 혼인을 지속할 의사가 없는 경우 — 겉으로는 이혼에 반대하지만, 실제로는 혼인을 계속할 마음이 없으면서 단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
  2. 유책성이 세월로 희석된 경우 — 오랜 기간 별거가 이어지는 등 시간이 흐르면서 유책배우자의 책임을 그대로 묻기 어려울 만큼 사정이 변한 경우
  3. 상대방·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 이혼에 따른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덜어 줄 만한 보호 조치(위자료·재산분할·양육비 등에 대한 배려)가 이루어져, 이혼청구를 받아들이는 것이 사회통념상 도의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경우

정리하면, 예외 인정의 핵심 잣대는 상대방이 정말로 혼인을 지키려는 것인지, 아니면 감정적 거부에 가까운지, 그리고 유책배우자의 책임 정도와 상대·자녀에 대한 배려입니다. 이 사정들은 사건마다 다르게 나타나므로, 예외 인정 여부는 획일적으로 정해지지 않고 개별적으로 판단됩니다.

상대가 끝까지 이혼을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

상대가 이혼에 반대한다고 해서 이혼이 영원히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상황을 나누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 내가 유책배우자가 아닌 경우: 혼인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파탄되었고 재판상 이혼 사유가 인정되면, 상대가 원하지 않아도 재판을 통해 이혼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 내가 유책배우자인 경우: 원칙적으로 이혼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앞서 본 예외 요건(상대방의 진짜 의사, 책임의 희석, 상대·자녀에 대한 배려 등)을 갖추었다면 이혼이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처럼 부부 모두 이혼에 합의한 경우에 밟는 협의이혼 절차와 달리, 한쪽이 이혼을 거부하면 결국 재판상 이혼으로 다투게 됩니다. 이때는 파탄 여부와 파탄의 책임을 법정에서 입증해야 하므로 준비할 내용이 크게 달라집니다.

재판상 이혼 사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부부 한쪽이 이혼에 반대할 때, 재판으로 이혼하려면 법에서 정한 이혼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재판상 이혼 사유는 민법 제840조에 정해져 있으며,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사유 내용
부정한 행위 배우자에게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1호)
악의의 유기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2호)
부당한 대우(본인)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제3호)
부당한 대우(직계존속)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제4호)
3년 이상 생사불명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5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그 밖에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6호)

실무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마지막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입니다. 성격 차이, 장기간의 별거, 심각하고 반복된 갈등 등으로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면 이 사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앞서 본 것처럼, 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이혼을 청구하는 사람에게 있으면(유책배우자) 원칙적으로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제한이 함께 적용됩니다. 위자료·재산 문제는 이혼 재산분할 글도 함께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란 부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대법원 2000. 9. 5. 선고 99므1886 판결). 구체적으로 처가 뚜렷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남편과의 성행위를 거부하고 결혼생활 동안 거의 매일 외간 남자와 전화통화를 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남편이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별거에 이르게 되었다면 부부공동생활관계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남편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2므74 판결)가 있는 반면, 대법원은 별거 기간이 1년 6개월에 이르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실만으로는 이 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으므로(대법원 1962. 12. 27. 선고 62다691 판결), 개별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이렇게 다툽니다

유책배우자 사건에서 승패를 가르는 핵심은 대개 상대방의 '진짜 의사'를 어떻게 볼 것이냐입니다. 이혼을 거부하는 배우자가 정말로 혼인을 회복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마음은 떠났으면서 위자료를 더 받거나 상대를 괴롭히려는 보복적 감정에서 반대하는 것인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문자·통화 내역, 별거 기간과 그동안의 부부 사이 왕래, 상대가 재산분할·양육에 관해 보인 태도 등을 폭넓게 살펴 거부의 진의를 다툽니다.

상대방의 '진짜 의사'가 예외 인정의 관건이 된다는 점은 실제 사례에서도 확인됩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문제된 사안에서, 상대방이 이혼을 전제로 위자료를 수령하고도 이후 이혼에 응하지 않으면서 별도로 위자료 소송을 제기한 경우, 법원은 상대방이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도 다만 오기 등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인용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0. 8. 선고 2013가합22718 판결). 이처럼 상대방의 재산분할·위자료에 관한 태도, 이혼 관련 행동 등이 '진짜 의사'를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또 하나 비중이 큰 것은 파탄의 책임을 누구에게, 어느 정도로 물을 것이냐입니다. 흔히 "내가 바람을 피웠으니 나는 무조건 이혼을 못 한다"거나 반대로 "오래 별거했으니 이제는 당연히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유책행위의 정도와 시점, 그 이후의 별거 기간, 상대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에 대한 경제적 배려가 이루어졌는지, 자녀의 나이와 양육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같은 '외도' 사안이라도 이런 사정들이 어떻게 쌓여 있느냐에 따라 예외 인정 여부가 달라지므로, 구체적 사실관계를 정리해 이른 단계에 검토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럴 때는 바로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 내가 파탄의 원인을 제공했는데도 이혼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인 경우
  • 상대가 이혼에 반대하는데, 그 반대가 진심인지 보복적 감정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경우
  • 오랜 별거 끝에 이혼을 정리하려는데 유책 여부가 다투어질 수 있는 경우
  • 미성년 자녀가 있어 양육·친권과 이혼을 함께 정리해야 하는 경우
  • 위자료·재산분할 규모가 크거나 책임 소재를 두고 다툼이 큰 경우

유책배우자 사건은 같은 사실이라도 책임의 정도와 상대방의 의사를 어떻게 정리·입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관련 자료를 모아 이른 단계에 검토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핵심 요약

  1. 유책배우자는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를 말하며, 누가 먼저 이혼을 말했는지가 아니라 파탄의 원인을 누가 만들었는지가 기준이다.
  2. 우리 법원은 유책주의 원칙상, 유책배우자가 그 파탄을 이유로 스스로 이혼을 청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축출이혼 방지).
  3. 다만 상대방도 사실 혼인 의사가 없는 경우, 유책성이 세월로 희석된 경우, 상대·자녀에 대한 보호·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
  4. 상대가 반대해도 재판상 이혼 사유가 인정되면 재판으로 이혼할 수 있으나, 유책배우자라면 예외 요건 충족 여부가 관건이 된다.
  5. 재판상 이혼 사유는 민법 제840조에 정해져 있으며, 특히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실무에서 자주 문제 된다.
  6. 결론은 사안별 판단 — 책임의 정도와 상대방의 진의를 어떻게 정리·입증하느냐가 좌우하므로 이른 단계에 상담하는 것이 좋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최신 법령·판례를 바탕으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