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아이를 키우지 않는 쪽 부모가 "약속한 날 아이를 만나러 갔는데 전 배우자가 안 보여준다"며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를 만날 권리(면접교섭권)는 부모의 권리인 동시에 아이의 권리이고, 상대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막으면 가정법원의 이행명령과 과태료라는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면접교섭권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떻게 정하고, 방해받을 때 어떤 순서로 대응하는지를 실제 흐름대로 정리했습니다. 흔히 헷갈리는 "양육비를 안 주면 아이를 안 보여줘도 되는지"도 함께 짚어 드립니다.
면접교섭권이란? 누구의 권리일까?
면접교섭권은 아이를 직접 키우지 않는 부모(비양육 부모)가 자녀를 정기적으로 만나고 연락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민법 제837조의2). 이 제도의 핵심 목적은 부모의 편의가 아니라, 이혼 후에도 아이가 양쪽 부모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원만하게 자랄 수 있도록 자녀의 복리를 실현하는 데 있습니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0다240021 판결). 이혼을 하면 한쪽이 아이를 맡아 키우게 되는데, 그렇다고 다른 한쪽과 아이의 관계까지 끊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법은 따로 사는 부모와 아이가 계속 만날 수 있도록 이 권리를 보장합니다.
여기서 꼭 기억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면접교섭권은 부모만의 권리가 아니라 아이의 권리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현행법은 자녀도 부모를 만날 권리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837조의2). 왜 이렇게 정했을까요? 부모가 헤어지더라도 아이가 양쪽 부모와 애정을 주고받으며 자라는 것이 아이의 정서에 좋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면접교섭에 관한 모든 판단의 기준은 언제나 '자녀의 복리', 즉 아이에게 무엇이 가장 좋은가입니다.
예를 들어, 아빠가 아이를 키우고 엄마가 따로 사는 경우라면, 엄마는 정해진 날에 아이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낼 권리가 있습니다. 반대로 아이도 "엄마를 만나고 싶다"고 할 때 그 만남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즉 면접교섭은 어느 한쪽이 베푸는 호의가 아니라, 부모와 아이 양쪽에 인정되는 법적 권리입니다.
면접교섭은 어떻게 정할까?
면접교섭의 구체적인 방법과 횟수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정해집니다.
- 부모의 협의로 정하기 — 이혼할 때 두 사람이 "매월 몇째 주 주말,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하는 식으로 만나는 날짜·시간·장소·인도 방법 등을 합의로 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 가정법원의 결정으로 정하기 — 협의가 되지 않거나 협의한 내용이 아이에게 맞지 않으면, 가정법원이 자녀의 복리를 기준으로 면접교섭의 방식을 정합니다(민법 제837조의2 제3항).
협의이혼을 할 때는 법원에 양육사항에 관한 협의서를 내게 되어 있어, 이 단계에서 면접교섭 방식을 미리 적어두는 것이 보통입니다. 협의이혼의 전체 절차가 궁금하다면 협의이혼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글도 함께 참고하세요. 또한 누가 아이를 키울지(양육권·친권)를 정하는 문제는 면접교섭과 맞닿아 있으므로, 이혼 후 양육권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글에서 그 기준을 확인하면 도움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으로' 정해두는 일입니다. "가끔 만난다"처럼 두루뭉술하게 정하면 나중에 다툼이 생기기 쉽습니다. 만나는 날, 데려오고 데려다주는 방법까지 분명히 적어두어야, 나중에 상대가 약속을 어겼을 때 "무엇을 어겼는지"를 명확히 보여줄 수 있습니다. 뒤에서 볼 이행명령도 이렇게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이 있어야 신청하기 쉽습니다.
상대가 면접교섭을 방해하면 어떻게 할까?
협의서나 법원 결정으로 면접교섭이 정해졌는데도 상대가 정당한 이유 없이 아이를 안 보여준다면,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 먼저 정해진 방식대로 요청하고 기록을 남깁니다. 문자·메신저 등으로 "○월 ○일 정해진 면접교섭을 하겠다"고 알리고, 상대가 거부하거나 무응답한 내용을 캡처해 둡니다. 이 기록이 나중에 "정당한 이유 없이 방해했다"는 증거가 됩니다.
- 가정법원에 이행명령을 신청합니다. 이행명령이란, 법원이 상대에게 "정해진 대로 면접교섭에 응하라"고 명하는 것입니다(가사소송법 제64조 제1항 제3호). 협의서나 심판으로 정해진 면접교섭 의무를 상대가 지키지 않을 때 신청할 수 있습니다.
- 그래도 따르지 않으면 과태료 부과를 구합니다. 상대가 이행명령을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가정법원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가사소송법 제67조 제1항).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재산을 지급하라는 의무(예: 양육비)를 계속 어기면 마지막 수단으로 감치(일정 기간 유치장 등에 가두는 것)까지 갈 수 있지만, 면접교섭 허용 의무 불이행에 대해서는 감치가 허용되지 않습니다(가사소송법 제68조 제1항). 아이를 억지로 끌어다 만나게 하는 직접 강제도 자녀의 복리에 맞지 않아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면접교섭 방해에 대한 실질적인 압박 수단은 이행명령과 과태료가 중심이 됩니다. (참고: 가사소송법 제68조 제1항 제2호는 유아 인도 의무 불이행에 대해서는 감치를 허용하므로, 면접교섭과 유아 인도가 함께 문제되는 사안에서는 감치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한편, 상대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장기간 반복적으로 면접교섭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이행명령·과태료 외에도 민사상 불법행위를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혼소송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이후에도 4년 넘게 면접교섭을 완강히 거부한 사안에서, 법원은 양육친의 행위가 비양육친의 면접교섭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위자료 지급을 명한 바 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2. 2. 10. 선고 2021나51782 판결). 다만 위자료 청구가 인정되려면 상대방의 거부가 정당한 이유 없이 위법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며, 아이 자신의 명확한 거부 의사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자료 청구가 기각될 수 있습니다.
양육비를 안 주면 면접교섭을 막아도 될까?
실무에서 정말 자주 나오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양육비를 못 받았다는 이유로 면접교섭을 막는 것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두 문제는 서로 별개로 다루는 것이 원칙입니다.
왜 그럴까요? 양육비는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돈'의 문제이고, 면접교섭은 '아이가 부모와 관계를 유지할' 문제입니다. 그런데 면접교섭의 핵심 주체는 부모가 아니라 아이입니다. 즉 "네가 돈을 안 주니 나도 아이를 안 보여주겠다"는 것은, 어른들 사이의 다툼을 이유로 아이가 부모를 만날 권리를 볼모로 잡는 셈이 됩니다. 그래서 두 의무는 서로 "이걸 안 하면 나도 저걸 안 한다"는 식의 맞대응(동시이행) 관계로 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아빠가 양육비를 안 보내니 이번 달 면접교섭은 없다"고 아이를 안 보여줬다고 해봅시다. 이 경우 엄마의 행동은 정당한 면접교섭 거부 사유로 인정되기 어렵고, 오히려 아빠가 이행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반대로 아빠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따로 다투어야 합니다. 양육비를 못 받고 있다면 면접교섭을 스스로 포기할 게 아니라, 별도로 양육비 이행을 강제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맞습니다. 이 방법은 양육비를 안 줄 때 강제하는 방법 글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으니 함께 보시길 권합니다.
아이가 만나기 싫어하면 강제할 수 있을까?
면접교섭은 아이의 복리를 위한 것이므로, 아이 본인이 만남을 원하지 않는 사정은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특히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 스스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나이라면, 그 의사를 무시하고 억지로 만남을 강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법원은 아이가 비양육 부모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고착화된 상태에서 면접교섭을 강하게 거부하는 경우, 양육친에게 아이를 강제로 비양육 부모에게 인도할 적극적 의무까지는 없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5. 18. 선고 2021가단5282773 판결).
다만 여기서 조심할 부분이 있습니다. 아이가 만나기 싫어하는 것이 정말 아이 자신의 마음인지, 아니면 함께 사는 부모의 영향 때문인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함께 사는 부모가 다른 부모에 대해 나쁜 말을 계속 하거나 은근히 만남을 방해해 아이가 거부감을 갖게 되는 경우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사정이 있으면, 가정법원은 아이의 말만 그대로 따르기보다 왜 그런 마음을 갖게 됐는지까지 살펴 판단합니다.
또한 아이의 건강이나 안전에 실제 위험이 있는 경우(예: 만남 과정에서 아이가 학대·폭력에 노출될 우려)에는, 면접교섭 자체를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결정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민법 제837조의2 제3항). 정리하면, 아이의 거부 의사는 존중하되 그 배경과 아이의 복리를 함께 따져 판단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실무에서는 이렇게 다툽니다
면접교섭 분쟁의 실제 어려움은 "권리가 있느냐"보다 "어떻게 실현하느냐"에 있습니다. 앞서 봤듯 면접교섭은 감치 같은 강력한 직접 강제가 어렵고, 이행명령과 과태료가 중심입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가 과태료를 감수하면서까지 만남을 계속 미루는 상황도 생깁니다. 이때 실무에서 힘을 발휘하는 것은 꾸준히 쌓아둔 기록입니다. 매번 정해진 날짜에 면접교섭을 요청했고 상대가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했다는 문자·메신저 기록이 반복해서 쌓이면, 이행명령·과태료 신청에서 설득력이 커지고, 나아가 양육자 변경 심판에서도 "이 사람은 아이와 다른 부모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끊으려 한다"는 사정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특히 양육비와 면접교섭을 맞바꾸려는 태도가 자주 문제됩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두 의무는 별개이지만, 현실에서는 "돈 안 주면 안 보여준다"와 "안 보여주면 돈 안 준다"가 서로 맞물려 감정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에서는 이 두 문제를 뒤섞지 않고 각각의 절차(면접교섭은 이행명령·과태료, 양육비는 이행명령·감치·양육비 직접지급명령 등)로 분리해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빨리 푸는 길입니다. 감정적으로 맞대응하다 정작 자신에게 불리한 기록을 남기는 일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럴 때는 바로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 정해진 면접교섭을 상대가 반복해서 막아, 이행명령·과태료 신청을 검토해야 하는 경우
- 상대가 아이를 데리고 멀리 이사하거나 연락을 끊어 만남 자체가 불가능해진 경우
- 아이가 만남을 강하게 거부하는데, 그 배경에 상대 부모의 영향이 의심되는 경우
- 면접교섭 과정에서 아이의 안전·건강이 우려되어 면접교섭 제한·배제를 검토해야 하는 경우
- 면접교섭 방해가 계속되어 양육자 변경까지 고려하는 경우
면접교섭 분쟁은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와의 관계 회복이 어려워지므로, 기록을 남기며 이른 단계에 대응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핵심 요약
- 면접교섭권은 비양육 부모의 권리이자 아이의 권리이며, 모든 판단 기준은 '자녀의 복리'입니다.
- 면접교섭은 부모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결정으로 정하고, 날짜·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 상대가 방해하면 기록 확보 → 이행명령 → 과태료 순으로 대응합니다(면접교섭에는 감치·직접 강제가 어렵습니다).
- 양육비 미지급과 면접교섭은 별개 — 돈을 못 받았다고 아이를 안 보여줘도 되는 것은 아니며, 양육비는 따로 강제해야 합니다.
- 아이의 거부 의사는 존중하되 그 배경과 복리를 함께 살펴 판단하며, 상황이 복잡하면 조기에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최신 법령·판례를 바탕으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